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촉발시킨 그라민(Grameen) 은행

1. 무함마드 유누스와 그라민(Grameen)은행의 탄생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촉발시킨 그라민(Grameen) 은행에 있어서, 1980년대까지 방글라데시 주민들은 하루 종일 일해서 번 수입의 대부분을, 고리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의 이자로 갚는 악순환의 삶을 살고 있었으며, 좀처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던 치타공대학교의 경제학 교수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박사는 방글라데시의 은행이 담보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1983년에 직접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은행인 그라민(Grameen)은행을 설립한다1.

[그라민(Grameen)은행 사람들]

유누스 박사는 소득수준이 하위 25%인 사람들에게 150달러(약 17만 4500원) 미만의 돈을 담보와 신원보증 없이 낮은 이자로 대출해 주고 조금씩 오랜 기간에 걸쳐서 갚아 나가도록 하였다. 초기 자금 27달러(약 3만 1400원)로 시작한 그라민은행은 2019년 현재 방글라데시 전국에 2568개의 지점을 두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전체 마을의 약 93% 이상에 해당하는 8만 1678개 마을에서 약 926만 명에게 전체 누적규모 약 295억 6600만 달러(약 34조 4000억 원)의 금액을 대출해 주는 대형은행이 됐다.

그라민은행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중에서 97%는 여성들이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한 노벨위원회에서는 유누스 박사와 함께 그라민은행에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였으며, 그라민은행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빈곤 퇴치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그라민은행의 시스템을 도입하여 가난한 이들의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소액대출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그라민은행은 돈을 갚지 않는다고 법적 책임을 묻지는 않지만, 놀랍게도 2018년 보고서에 의하면 상환율은 99.11%에 이른다.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매주 분할하여 상환할 수 있는 열린 제도의 운영, 은행의 직원뿐만 아니라 유사한 지역으로 구성된 대출자 그룹 상호 간 지역공동체 구성 및 신용 관리, 채무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 빠른 수입 창출 활동, 신용 규율에 대한 강조 및 지역공동체 동료 간 연대 지원, 빈곤층이 직면하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저축을 통한 안전 가이드 제공, 모든 은행 거래의 투명성 관리”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 그라민(Grameen)은행의 지역공동체 그룹 개발 시스템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촉발시킨 그라민(Grameen) 은행에 있어서, 그라민은행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자 장점으로 알려진 지역공동체 그룹 개발 시스템은 빈곤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이득을 주고 재정적인 지불 능력과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더욱더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지역공동체 개발 시스템은 그룹을 구성하고 있는 회원들이 재정 관리를 통해 리더십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으며, 실제 사례를 통하여 관찰하고 학습하는 여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대출은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만, 그룹을 통하여 정보를 제공하며 정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은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구성원 모두가 적시에 대출 상환을 이루는 성과로 이어진다. 그라민은행의 지역공동체 개발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소속 구성원들은 스스로 빈곤 퇴치를 위하여 강한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 내고 공동체 조직화를 강하게 형성한다. 이것은 구성원들의 삶에 재정적인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건설적인 관계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에 더욱더 매력적이다.

지역공동체 개발의 가장 중심적인 역할은 방글라데시 전역에 분포한 40개의 지사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센터들이 담당하며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는다. 한 센터에는 8~10개의 그룹으로 형성되며 한 그룹은 6~7명으로 구성된다.

3. 그라민(Grameen)은행 성장 이면의 논쟁과 사실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촉발시킨 그라민(Grameen) 은행에 있어서, 문턱이 높은 상업적 은행과는 달리 마을을 중심으로 센터 관리자와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이러한 공동체 개발의 장점 이면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최근 그라민은행이 점차적으로 조직의 사업방향을 경제적 이정표로 바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이다. 논쟁의 중심에는 높은 대출 이자율과 은행 수익률의 급격한 증가가 있는데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대출 이자율은 4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수익창출활동(사업)대출은 20%, 주택대출은 8%, 학자금대출은 재학 중에는 0%, 공부를 마친 다음에는 5%, 극빈층 사람들에게는 0%의 이자율로 대출해 준다. 다음으로 은행 수익률 증가 부분인데, 이 부분은 여러 재무제표의 내용과 추이를 더 들여다봐야 알겠지만, 연간 수익/손실(Profit/Loss) 배율 추이만을 살펴보면 최근 4년(2016~2019년)간 손실 대비 수익의 평균 배율이 35.62배인데 반하여 그 이전 23년(1993~2015년)간의 평균 배율은 6.20배를 기록하고 있다.

즉, 사업대출의 높은 이자율과 은행의 높은 수익률 상승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수익을 벌어들여 이를 재원으로 다시 조직의 사회적 목적에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방식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낳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라민은행은 “포괄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여 빈곤층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라는 사명을 가지고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조직의 역량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원 자녀들에게 학비납부, 도서구매, 문구류 구입을 지원하는 장학사업과 학자금 대출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가족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2019년 말까지 총 35만 7379명의 자녀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으며 중등 및 대학교육을 넘어서 의료, 공학 및 농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대학원 과정에 5만 4380명의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그라민은행은 이러한 자녀 지원 사업이 그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사회가 바라보는 가족의 위상을 높였음을 보고하고 있다.

사회의 방치와 불의를 견뎌낸 소년 소녀 중 일부는 판사, 교수, 교사 및 변호사로서 정의를 실현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으며 일부는 진료소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거나 도로 및 건축, 기타 사무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사업체를 설립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라민은행은 극빈층(소위, 거지)을 위하여 2002년부터 ‘고군분투 회원 프로그램(Struggling Members Programme)’을 시작하여 그들이 거리에서 작은 물품을 팔 수 있도록 무이자 대출로 2019년 말까지 10만 8381명에게 267만 달러(약 31억 2256억 원)를 제공하였다. 그라민은행은 이들이 대출금을 86% 넘게 상환하였으며 이들 중 2만 785명은 거지생활을 그만두고 행상인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9050명은 주류 신용 그룹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극빈층의 청렴성과 함께 빈곤퇴치가 왜 필요한지를 알리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대한민국 207명을 포함하여 자국 2593명, 일본 2366명, 미국 996명, 독일 291명, 이탈리아 257명 등 전 세계에서 1만 1105명이 그라민은행을 배우기 위하여 다녀갔다.

  1. 그라민은행 홈페이지(2021), http://grameen.com.; Grameen Bank(2019), “Annual Report_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