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사회적경제가 함께 승리한 퀘벡(Quebec)의 사회적경제

1. 퀘벡(Quebec)의 규모와 사회적경제 도입 배경

시장과 사회적경제가 함께 승리한 퀘벡(Quebec)의 사회적경제에서, 퀘벡은 캐나다 10개 주 중 하나로 캐나다의 남동부에 위치하며,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면적은 154만㎢이며 인구는 약 790만 명에 이른다.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프랑스계가 모여 살던 퀘벡은 강한 독립성과 자치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자긍심이 강한 퀘벡도 1980년대 경제 침체를 겪으면서 연방 재정 적자로 인하여 정부 주도의 발전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였다.

[퀘벡(Quebec) 전경]

이로 인하여 지역공동체에 대한 사회복지 지원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되었다. 이때 퀘벡은 연방정부 주도의 민영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 방안과 지역공동체의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이라는 선택지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은 지역공동체 중심의 주민 참여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채택하였고, 이것을 통하여 비용감축은 물론이며 경제의 활성화 및 주민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았다.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전형적인 사례를 퀘벡에서 보여 줬다.

1995년 5월 퀘벡의 각 지역에서 행진하여 6월에 퀘벡시에 모인 800여 명의 여성들은 많은 시민들과 함께 소위, ‘빵(Bread)과 장미(Rose)의 행진’이라는 운동을 진행하였다. 이 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노동자 권리’, ‘공공복지 일자리 창출’, ‘사회 인프라 프로그램 구축’, ‘동일 임금 지급’ 등 9가지 사항을 요구하였으며 이들 가운데 70%가량이 정책에 반영됐다.

2. 퀘벡(Quebec) 사회적경제의 견인차 샹티에(Chantier de l’economie)

시장과 사회적경제가 함께 승리한 퀘벡(Quebec)의 사회적경제에서, 같은 해인 1995년에 사회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시장의 안정화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샹티에(Chantier de l’economie)라는 네트워크형 조직이자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이 만들어졌다.

샹티에는 1996년 고용창출과 사회경제적 대안 마련을 위한 주정부의 ‘퀘벡의 경제, 사회 미래에 관한 정상회담’ 회의에서 재정적 위기와 실업 위기를 해결할 전략을 제안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퀘벡은 사회적경제를 중심 전략으로 하는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혁신과 경제민주화를 감행하게 된다. 샹티에는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퀘벡주정부로부터 인정받는 기관이 됐다.

이곳에서는 “사업도 연대, 영역확장도 연대, 노동도 연대, 투자도 연대, 소비도 연대로 하되 책임감을 갖고 소비한다.”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퀘벡은 무엇이든지 연대를 통해 크고 작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려는 적극적인 시민사회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정부의 자세가 혼연일체가 된 대표적인 국제적 사례다.

샹티에는 34개의 사회적경제 기업과 지역개발기구, 사회운동단체 등 다양한 조직이 연합된 네트워크 조직이다. 이들은 환경, 근린 서비스, 소통·정보, 레저, 주거, 천연자원, 아동서비스, 문화 등의 분야에서 활동한다. 처음에는 주정부의 재정위기와 실업 극복 전략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기구로 출발하였다가 1999년 상설기구로 전환하였으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맺은 단체들의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3. 퀘벡(Quebec)의 사회적경제 원리와 성과

시장과 사회적경제가 함께 승리한 퀘벡(Quebec)의 사회적경제에서, 퀘벡에서는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재정 및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시민사회 영역은 협동조합의 장점을 살리고 지역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 그리고 노동운동과 같이 다양한 시민사회운동과 함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주도적으로 나서서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실천하였다. 시민사회는 사회적경제 기업을 새롭게 만들어 내면서, 공익과 지역 자산을 위한 협동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시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퀘벡은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 및 국가의 이항적인 구도에 집착하지 않고 이항적 구조 사이에 시민사회가 삽입되면서 다양성을 지향하는 다원적 경제구도를 만들어 냈다. 퀘벡은 시민사회의 힘으로 정부와 협력하고 시민의식을 끌어내 사회적경제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회문제와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다원적 경제구도의 중심에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인 샹티에가 정부와 경제주체 사이의 역할과 중재를 하면서 퀘벡의 사회적경제라는 구조를 완성하였다.

샹티에의 가장 큰 성과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과 원리들을 정의한 것이다. 퀘벡에선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중요한 원리 위에 사회적경제 활동이 진행된다. 그것은 첫째, ‘사회적경제의 목적은 수익이 아닌 공익’이며, 둘째, ‘활동조직은 단체(협동조합-비영리사업체)로서 조직’되어야 하며, 셋째, ‘이해관계자들의 민주적 참여’, 넷째, ‘차별화된 경제조직과 활동’이다.

차별화는 이윤의 극대화보다는 사회적 요구의 대응에서 나온다. 다섯째, ‘이익 창출의 다변화 구조’인데 자금 조달을 위한 투자는 정부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거나 공공단체에서 서비스 수익을 얻거나 시장에서 판매 수익을 창출하거나 사회적 목적성을 추구하는 사업을 개발하고 지원하거나 사업체 출범 시기에 일시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토대 위에 실시된다. 여섯째 ‘지역공동체의 활동에 대한 애착’이다.

퀘벡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활동 성과를 보면 사업체 수는 협동조합과 비영리사업체 등을 합하여 4700여 개가 넘었으며, 일자리를 창출한 숫자도 약 5만 개에 육박한다. 전체 조합원의 수는 퀘벡의 총인구인 790만 명보다 많은 880만 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중복으로 가입한 조합원이 있기 때문이다. 총매출은 양쪽을 합하여 420억 달러(약 47조 9443억 원)에 달한다.

단순한 연대조직에서 출발한 샹티에는 한시적인 사회연대회의 기구였다가 이제는 상설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같은 실험은 캐나다 연방정부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2004년에는 폴 마틴 총리에 의하여 사회적경제를 핵심 사회정책으로 선언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캐나다 전역에서 사회적경제의 열풍이 일어나도록 했다.

퀘벡이 경제위기를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던 21세기 후반에, 우리는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토건과 중공업 위주의 성장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지내왔다. 사람의 가치나 일상의 행복은 뒤로하고, 민주적인 의사 표현은 죄의식으로 여기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사회적경제에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경제적인 성과물과 잣대를 먼저 말하지 않으면 감시당할 것 같은 억눌림이 있다. 이제는 사회적경제의 본질에 대하여 새롭게 성찰하고 퀘벡의 사례에서 보듯이 올바른 길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리하고 ‘시장-시민사회-정부’가 함께하는 다원주의적 경제체제로의 대담한 도전이 필요할 때는 아닌가 생각한다1.

  1. 김상욱(2014), “캐나다 퀘백시 샹티에와 숙의민주주의: 주민의 아이디어와 연대를 통한 힘 모으기”, 월간 주민자치, 36, 100-103.; 이수연(2013), “차별과 위기를 극복한 퀘벡의 사회적경제: 퀘벡 사회적경제의 특징과 다양한 협동조합”, 새사연.; 샹티에 홈페이지(2018), http://chantier.qc.ca.; 주택협동합연맹 등 홈페이지(2018), http://cooperativehabitation.coop, http://commons.wikimedia.org, and http://quebecurbain.qc.ca.; 장인권(2013), “돌담 경제: 퀘벡, 사회적경제의 전략적 포지셔닝”, 마르크스주의 연구, 10(2), 66-98.; 충남발전연구원(2013), “캐나다 퀘벡주 협동조합 조사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