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쿠로카베
일본 쿠로카베(くろ壁, kurokabe)에서는 쿠로카베의 탄생과 경제적, 사회적 성과 그리고 마케팅 측면의 성공을 알아본다1.
1. 일본 쿠로카베(くろ壁, kurokabe)의 탄생
일본 쿠로카베(くろ壁, , kurokabe)는 지역의 자산 및 공동체와 연계하고 정체성을 명확히 하여 유리공예로 특화된 상점가를 살리고 마을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일본 쿠로카베(くろ壁, , kurokabe)의 사례는 “지역공동체 중심의 상호 보완 및 호혜적 정신을 기반으로 지역경제 체제를 살린” 홍콩의 완차이(Wan Chai) 마을에서 배운 것과 유사하다.
일본 쿠로카베(くろ壁, 黑壁, 검은 벽) 마을기업은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기차로 두 시간 반 정도 떨어진 시가(滋賀)현 나가하마(長浜)시 쿠니토모(国友) 마을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예로부터 대장장이들이 모여 살던 곳이며, 일본 제2대 철강 생산지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한때 이곳은 외부 방문객이 몰려 시가현 최대의 상점가를 이루었다. 그런데 1960년대 들어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교외의 대형 상점가로 쇼핑객이 몰리면서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했고, 공동화현상이 진행되어 문을 닫는 상점들이 속출하였다.
급기야는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쿠로카베 건물이 은행 건물 및 가톨릭교회 건물 등으로 사용되어 오다가 1987년 매각될 위기에 처하였다. 이 건물은 지역의 중심이 되는 상징적인 건물로, 쿠로카베 건물 철거 계획은 이 지역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왔다. 이때 사사하라(笹原) 씨 등이 나서서 건물 구입 등에 투자를 제안하고 마을 살리기 운동에 나서게 되었다.

이들은 이 지역 상점가의 활성화를 위하여 이 역사적인 일본 쿠로카베 건물을 중심으로 거리 풍경을 보존하는 것에 대하여 주민 의견을 청취하였고, 이를 통하여 1988년 4월 제3섹터 형식의 회사인 ㈜쿠로카베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마을기업 구축 관계자들은 예술대학의 미술 및 디자인 전공자들을 전문직으로 구성하였고, 제조 인력도 예술 관련 전문직으로 구성하여 유럽을 방문하고 기술 유학을 다녀왔다. 이를 통하여 유리공예를 직접 만들고 100~200년 된 유리 작품을 사다가 전시하는 등 일본 쿠로카베 스퀘어를 중심으로 전시관, 공방 등 유리 관련 10여 개의 상점을 직접 운영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2. 일본 쿠로카베(くろ壁, kurokabe)의 경제적, 사회적 성과
2.1 일본 쿠로카베의 경제적 성과
2021년 현재 300여 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으며, 33m²에 해당하는 업소의 임대료도 월 5~7만 엔(약 50만 9000천~71만 2600원) 정도로 안정적인 임대 조건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도박업종과 같은 사행업종이나 외국산 기념품 가게 등 쿠로카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점포의 입점을 금지하고 있다.
이곳의 초기자본금은 뜻을 함께하는 민간 출자자 8명이 9000만 엔(약 9억 1620만 원)을 출자하여 시작하였고, 여기에 나가하마시가 4000만 엔(약 4억 720만 원)을 보태어 총 1억 3000만 엔(약 13억 234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하였다.
일본 쿠로카베의 사업 영역은 국내 유리 공예품 전시 판매, 해외 아트 유리 수입, 수집, 전시 판매, 유리 공방 운영, 기존 유리 제작 판매, 식당 카페 운영, 유리 문화에 관한 조사 연구, 이벤트 기획 운영, 마을 만들기 문화에 관한 정보, 자료 수집 및 제공, 국제 교류에 관한 업무, 주류 판매를 함께 하고 있다.
일본 쿠로카베의 매출액과 방문객은 사업 초기인 1990년에는 190만 엔(약 1934만 2000원) 및 20만 5000명에서 2014년에는 656만 엔(약 6678만 800원)과 179만 명으로 각각 약 3.5배, 8.7배 상승하였으며, 2020년에는 누적 방문객이 5000만 명 달성하였다.
2.2 일본 쿠로카베의 사회적 성과
일본 쿠로카베는 경영흑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제3섹터로서 무엇보다도 지역기반의 다양한 조직들과의 연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 쿠로카베 그룹 협의회를 비롯하여 나가하마 지역의 ‘박람회, 기모노 대회, 기모노 대학, 제례행사, 상점가 연맹, 명품거리’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마치즈쿠리 야쿠바(まちづくり役場)’라는 마을 만들기 특정비영리활동법인과의 협력을 통하여 마을 전체의 공동체성을 살려 나갔다.
마치즈쿠리 야쿠바의 사명은 ‘마을 만들기를 키워드로 정보 수집 및 제공, 상점가 및 쿠로카베와 교류를 통해 나가하마시가 더 매력적인 마을이 되도록 하는 일’이다. 이들은 ‘견학을 통한 전국 마을 네트워크 사업, 나가하마 거리 도보 지도 제작 사업, 채소 공방, 반찬 공방, 재활용 공방, 우물가 도장 점포 운영, 쿠로카베 그룹 협의회 운영, 지역 이벤트 기획 및 운영, 마을 만들기 도서 발행, 벼룩시장 운영, 추억의 사진관 및 마을문고 운영, 관광 가이드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울어 가는 상점가와 마을공동체를 살린 일본 쿠로카베의 경영은 우수한 인재의 유치와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서 가능했다.
3. 일본 쿠로카베(くろ壁, kurokabe)의 마케팅 성공전략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일본 쿠로카베는 정확한 환경 분석과 차별화를 통해 고객 지향적인 전략을 수립하였으며, 요즘 유행하는 도시재생이라는 주제 속에서 전통적인 지역 건물의 상징을 살리면서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유리공예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제품에 차별화를 두었다.
이를 통하여 지역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포지셔닝하고, 가족 및 신혼여행 고객을 목표로 집중차별화 전략을 실시하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역기반 공동체 비즈니스를 통한 쿠로카베의 성공으로 시장의 빈 점포가 새롭게 채워지고, 타지로 나갔던 주민들이 돌아와 유럽풍의 음식점과 카페 등을 개업하면서 초창기 10개의 점포로 시작했던 쿠로카베의 점포들은 그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한 업종이 다양화되고, 지역의 예술인들이 함께 문화를 만들고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통합도 이루어 내고 있다. 무엇보다는 사업 분야를 지역 전체의 수요에 맞추어 다각화하면서 지역기반형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지역에 뿌리내린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수익이 창출되는 몇몇 직영 사업체를 제외하고 수익이 낮거나 적자로 운영되는 상점들도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수익의 극대화보다는 전반적인 지역활성화 사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또한 지역활성화에 필요하지만 기업의 영역을 넘어서는 활동을 마치즈쿠리 야쿠바라는 비영리법인과 협력하고 전문적인 조직을 새롭게 꾸려 연대해 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점도 배울 점이라고 하겠다.
- 쿠로카베 홈페이지(2021), http://kurokabe.co.jp.; 정소양·임상연(2015), “해외의 지역기반 사회적 경제조직 운영 사례: 일본과 홍콩의 경험”, 국토, 38-46.; 권주형·서동관·김운성(2017), “한국과 일본의 마을기업 비교”, 기업경영리뷰, 8(4), 151-16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