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위기를 호혜의 연대로 극복하다: 완주군 로컬푸드와 소셜굿즈의 지역 재생 성공 방정식
본 칼럼은 칼 폴라니의 경제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 농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완주군 로컬푸드 사업을 분석한다. 시장 경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신뢰로 연결하는 호혜적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지역 사회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지 그 실무적 경로를 조명한다.
1.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시장경제 폐해와 농촌활력사업
완주군 로컬푸드 농촌활력사업은 사회적경제 방식의 운동으로 시장경제에 휘둘린 농촌의 악순환을 안정화시키고 본래를 찾아가는 중요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완주군 로컬푸드 농촌활력사업과 관련하여,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시장 경제가 인간의 상호주의와 재분배라는 인류의 경제 정신을 파괴하고 사회를 경제에 종속시켰다고 경고했다. 현대 한국 농촌은 이러한 시장 논리에 대응할 자생력을 상실한 채 공동체적 가치마저 훼손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운동은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훼손된 사회적 경향을 회복하여 농촌의 자립 기반을 다지는 거대한 전환의 실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농촌은 칼 폴라니가 말하는 것처럼 경제적인 이익도 얻지 못하고 사회적인 가치도 평가받지 못한 채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 침체로 인해 삶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농촌 지역이 가지고 있는 호혜와 상호부조 정신을 바탕으로 농촌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 오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 중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준 사업으로 우리나라 전라북도 완주군의 ‘로컬푸드 중심의 농촌활력사업으로 시작한 사회적경제 사업’을 꼽을 수 있다.
2. 전라북도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의 역사
전라북도 완주군은 2021년 현재 약 821㎢의 면적에 3개의 읍과 10개의 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구는 약 9만 5000명 정도 되는 농촌 지역이다. 로컬푸드 운동은 기존의 농·식품 체계를 넘어서서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한 ‘식량 안보’의 문제, 어느 지역에서는 농약 등 먹거리의 위험과 위해에 따른 ‘식품 안전’의 문제, 또 어느 곳에선 농산물의 복잡한 유통구조와 대형기업의 등장으로 인한 농촌의 왜곡된 ‘경제 종속’ 문제들이 제각각이다.
완주군 로컬푸드 농촌활력사업은 이를 해결하고자 1970년대부터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로컬푸드 움직임이 전개되어 왔다. 로컬푸드 운동은 “석유 및 화학농업을 배격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사회적·물리적 거리를 감소시킴으로써 지속 가능한 먹거리체계를 지향하는 움직임이며 추상적 시장관계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안 농·식품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완주군은 2010년 행정 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5년간 500억 원을 투입하는 민관 협력(Governance) 체계를 구축했다.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방식을 채택하여 100여 개의 마을 회사를 육성했으며, 이는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마을 기업의 자립과 상시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로컬 임팩트 비즈니스의 기틀이 되었다.
중간지원조직인 완주공동체지원센터는 공동체 창업, 일자리 창출, 교육, 문화 복지 분야의 다양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두레농장은 비닐하우스와 공동작업장을 조성하여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농산물을 도시 회원에게 직거래하는 방식의 꾸러미 사업을 진행하는 건강한밥상 영농조합과 지역별로 직매장을 운영하는 완주로컬푸드주식회사가 있다. 또한 농민거점가공센터에서는 농산물 가공의 편의를 돕고 있으며, 공공급식지원센터는 학교급식, 병원 등에 로컬푸드를 공급하고 있다.
3. 완주군 농촌활력사업의 사회적 성과와 대안적 전략
2016년 현재 완주군 로컬푸드는 천여 명에 이르는 로컬푸드 생산자가 안정된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관련된 유통 및 가공 분야에서 500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또한 전국에서 연간 3만 명 이상이 완주군을 방문하여 배우고 간다. 완주군의 농촌활력사업은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밀착형 관리를 통하여 진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은 규모의 농사로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지역, 다양한 농산물 가공이 가능한 지역, 농업 이외에도 다양한 일자리가 있는 지역, 주민 스스로 지역을 바꾸어 가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도시민들의 귀농귀촌 희망을 현실로 바꾸어 주며 동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완주군 로컬푸드 농촌활력사업은 지역의 영세한 고령 농민에게 직매장을 통하여 농산물을 소량으로 판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득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였고, 경제 활동에 대한 자부심과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다른 조합원, 소비자, 직매장직원, 완주군과 관계 맺음을 통하여 정보 교류와 소통, 사회심리적 만족감도 높아져서 지역사회에서 공동체성 회복의 중요한 의미도 가지고 있다.
완주군은 지자체, 지역공동체, 중간지원단체가 협력하며 ‘사회적경제 1번지’를 향해 진화해 가고 있다. 농촌마을 공동체 활동으로 시작해서 사회적경제로 확장하는 중이다. 이에 부응하여 완주군은 2016년에 ‘사회적경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고 2019년에 사회적경제과(2024년 현재는 경제정책과 안에서 사회적경제 지원)로 명칭을 변경했다. 완주군 사회적경제는 2010년 중간지원조직인 ‘완주커뮤니티비지니스센터’에서 시작했다.
농촌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체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여 지역향토식품 기획생산 체계가 안착화를 도왔다. 2015년에는 지원조직 이름을 ‘완주공동체지원센터’로 바꾸었다. 2019년에는 완주군 삼례읍의 한 폐교된 중학교에 중간지원조직인 ‘완주소셜굿즈센터(2024년 현재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위탁운영)’가 자리를 잡았다. ‘소셜굿즈’는 완주군의 사회적경제를 통칭하는 상표 이름(brand naming)이다. 사회적경제(social)와 상품(goods)을 합친 말이다. 지역향토식품, 농촌공동체, 도시공동체를 아우르는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지이다.
2017년에는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완사넷)’을 창립하였다. 개별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해 민간을 대표하는 연대 조직이다. 완주군 지역사회는 지역향토식품, 농촌마을, 지역사회, 교육·문화, 에너지 등 여러 영역에서 120여 개에 달하는 많은 사회적경제 조직을 통해 지역주민의 필요를 사업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완주군 로컬푸드 농촌활력사업은 개별 조직의 성과를 넘어서 지역사회를 연결하여 순환경제를 만들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절감했다. 2017년부터 핵심지도자들은 ‘사회적경제 포럼’을 운영했다. 2017년 말 54개 개별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하는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하였다. ‘완주소셜굿즈센터’는 ‘완사넷’이 행정으로부터 사업을 수탁 받아(수탁해) 운영한다. 행정과 민간의 두 기둥이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며 완주군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갖춰오고 있다.
이윤 추구가 만연한 시장 사회에서 대안을 찾지 않는다면 대다수 농민과 소비자는 생계와 생존을 위한 형식적 경제에 포섭될 수밖에 없다. 공동체 구성원끼리 잉여를 서로 공유하여 안정된 물질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실체적 경제가 없이 개인 자본으로 축적하는 정도로는 사회 수준이나 개인의 생활수준도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과 같은 전 지구적 시장 힘에 대항하는 다양한 대안적 활동은 공공재 요소를 지닌 ‘둥지 튼 시장(Nested Market. 역주: 공동체 사회관계망이 농산물의 다양한 역학 및 부가가치의 재분배, 유통과 가격 등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독특성과 결합하여 새롭게 형성한 사회적 시장)’의 개념처럼 식량권, 요리 전통, 빈곤 경감, 경관과 생명 다양성의 존중, 일자리 창출, 공정무역 등의 공적 가치로 나타난다.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전 지구적 시장 권력에 대응하여 형성된 둥지 튼 시장(Nested Market)의 전형이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식량 주권과 생명 다양성 존중이라는 공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회적 관계망의 확장을 의미한다. 개별 농민의 활동이 소셜굿즈(Social Goods)라는 브랜드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고, 지역 경제 내부에서 부가가치가 재분배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완성한 것이다.
농민의 개별 경제활동은 지역먹거리 조직과의 관계망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으며, 소비자도 지역 생산자와 관계를 맺으며 의미를 갖는다. 상품이지만 농산물은 둥지 튼 시장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며, 관계망을 통해 지역사회가 구성된다.
💡 yesESG 비즈니스 인사이트
완주군 농촌활력사업의 여정은 ESG 경영 중 사회(S) 영역의 핵심인 지역 사회와의 파트너십이 어떻게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로 치환되는지 입증합니다. 이들은 ‘소셜굿즈’라는 강력한 통합 브랜드를 통해 개별 농가와 마을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규모의 경제와 가치의 공유를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지속가능성의 전문성을 결합하여 분석해 볼 때, 완주의 성공은 행정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민간의 자발적 연대 조직인 ‘완사넷’과의 민관 거버넌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지역 기반의 공헌 사업(CSR)을 기획하거나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전략적 표준입니다. yesESG는 이러한 로컬 임팩트의 정교한 설계와 실행 체계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과 기관들이 지역 사회와 진정성 있게 소통하며 공동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로드맵을 제공하고 실무적인 안착을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