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에서 블루하우스의 기적으로: 홍콩 완차이 마을의 호혜적 도시 재생과 시간 화폐 전략
본 칼럼은 홍콩의 역사적 자산과 지역 공동체의 역동성이 결합된 완차이(Wan Chai) 마을의 도시 재생 사례를 분석한다. 비영리 기구인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의 전문성과 주민들의 호혜적 연대가 어떻게 낡은 구시가지를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로 전환했는지 그 실무적 경로를 조명한다1.
1. 홍콩섬 중앙에 자리한 완차이(Wan Chai) 마을 소개
홍콩섬 중앙에 자리한 완차이(Wan Chai) 지역은 6차례에 걸쳐서 바다를 매립하여 모습을 갖춘 지역이다. 이곳은 홍콩 컨벤션센터 등의 고층빌딩, 바닷가의 센트럴 플라자가 있는 신시가지와 복잡하고 좁은 길 사이로 오래되고 낡은 건물과 소규모 상점들이 빼곡한 구시가지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홍콩은 우리나라와 같이 1997년 경제 위기를 겪었으며, 완차이 지역도 2001년부터 재개발의 붐이 시작되었다. 급격한 재개발 붐 속에서 완차이의 건축 유산들이 철거 위기에 처하자, 홍콩 사회는 역사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요구하는 자생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급증하는 고령 인구를 위한 복지 수요를 단순한 시혜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 도시 재생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완차이 지역의 비영리 사회복지시설인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St. James Settlement)’는 완차이 지역의 역사 자산을 보전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완차이 마을은 지역공동체 중심의 상호 보완 및 호혜적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경제체제와 지역공동체 기반의 다양한 사회적경제 기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활성화를 이루었다.
2.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St. James’ Settlement)
완차이역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500여 미터 위치에 본사가 있는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는 1949년에 설립된 단순한 복지 시설을 넘어 지역 사회의 난제를 해결하는 사회 혁신 플랫폼이다. 청소년부터 장애인까지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8대 전문 서비스 영역을 구축하고, 3,400여 명의 인적 자원을 투입하여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임팩트 허브(Impact Hub)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는 홍콩 전역에 걸쳐 58개의 서비스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2020년 9월 말까지 약 1600명의 직원과 약 1800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면서 매년 약 290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 청소년, 가족, 노인 및 장애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다양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는 “우리는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개인이 스스로를 도우며 다른 사람들을 조화롭고 통합된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도록 고품질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사회봉사 기관”을 사명으로 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기능뿐만 아니라 사업영역을 ‘청소년 서비스(Youth Services)’, ‘교육 서비스(Education Services)’, ‘재활 서비스(Rehabilitation Services)’, ‘커뮤니티 센터 서비스(Community Centre Services)’, ‘자선 서비스(Charity Services)’, ‘지속적인 관리(Continuing Care)’, ‘가족 및 상담 서비스(Family&Counselling Services)’, ‘벤처 기업(Corporate Venture)’의 8개 영역으로 나누고 집행위원회를 정점으로 최고경영자와 자문기구, 사업기구, 경영지원기구 등의 조직을 편제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3. 완차이(Wan Chai) 마을의 지역공동체 중심 상호 보완 및 호혜적 정신
완차이 마을이 주목받는 이유는 먼저 ‘지역공동체 중심의 상호 보완 및 호혜적 정신을 기반으로 지역경제체제를 살렸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화폐 제도를 통하여 공동체 구성원들의 노동 시간, 물건 기증 또는 자원 활동을 상품 및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도록 ‘시간쿠폰’ 형태로 화폐화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완차이 모델의 정수는 노동의 가치를 평등하게 환산하는 시간 쿠폰(Time Coupon) 제도에 있다. 이는 무형의 자산인 주민의 시간을 화폐화하여 지역 내부의 경제 순환을 촉진하는 호혜적 금융 모델이다. 지역화폐는 60분 단위로 받아서 본인이 필요한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2015~2016년 기준 연간 281명의 회원이 15만 7776시간의 타임쿠폰을 거래하였으며, 교환된 중고품 수는 3359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면서 지역공동체를 지속 가능하게 해 주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운영되고 있다. 주부들은 재봉 기술을 활용하여 가내 수공업의 형식으로 핸드백을 만들어서 유통하기도 하고, 유명 브랜드 회사에서 작업 문의가 들어와서 소득 창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농촌 지역에서 재배된 농작물을 받아서 월병 등 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 마켓을 통하여 농촌의 농작물과 함께 2차 가공한 월병이나 잼, 두유 및 건과류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유기농 야채(채소)를 재배하고 판매하는 사업, 싱글맘 가정의 집수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유기농 상점에서는 완차이 부녀회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여 계절음식, 명절음식, 과자류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월요일, 목요일에는 야채(채소)를 구입할 수 있다. 모든 거래는 홍콩달러와 타임쿠폰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는 지역공동체 스스로 지역재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하여 상가 활성화나 주거지 재생 등을 지원한다. 또한 주민과 전문가가 힘을 합쳐 철거를 막아낸 블루하우스는, 원주민의 삶과 예술가의 창의성이 공존하는 자원 센터로 거듭나며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의 세계적 랜드마크가 되었다.
중고 공산품가게에서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져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사용하다가 상설매장으로 발전했다. 오래된 옷을 가져가면 젊은 디자이너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옷을 고쳐(reform) 주며 매주 화요일마다 거리 패션쇼가 열린다.
2006년에 홍콩 정부는 완차이 지역의 재개발을 결정하고 블루하우스의 철거를 명령하였지만 완차이 주민들은 철거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주민, 설계사, 디자이너 및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와 함께 지역재생에 대한 토론과 워크숍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그 대안을 정부에 제시하여 전통적인 청첩장 인쇄거리를 보존하고 블루하우스의 건물 외형과 원주민의 생활을 보전하면서, 지역 예술가, 연구자 등이 거주하게 되었고, 지역공동체의 보전과 활성화를 위한 자원센터로 발전하게 되었다. 지역화폐가 유통되는 타임쿠폰숍이 본 블루하우스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 yesESG 비즈니스 인사이트
홍콩 완차이 마을의 사례는 ESG 경영에서 사회(S) 영역의 핵심인 지역 사회 이해관계자와의 진정한 협력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이들은 하드웨어 중심의 철거 재개발 대신, 주민의 시간을 자본으로 만들고 역사적 건축물을 공동체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을 택했습니다.
지속가능성의 전문성을 결합하여 분석해 볼 때, 완차이의 성공은 비영리 기구의 전문적인 매니지먼트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결합된 다중 이해관계자 거버넌스의 승리입니다. 이는 국내 지자체의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이나 기업의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사업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yesESG는 이러한 글로벌 거버넌스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우리 기관과 기업들이 지역 사회의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경제적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역 재생 로드맵을 제공하고 전 과정의 실행을 지원합니다.
-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 홈페이지(2021), http://sjs.org.hk.; St. James’ Settlement(2017), “St. James’ Settlement 2015-2016 Annual Report”, “http://sjs.org.hk”.; 희망제작소(2012), “홍콩 완차이, 지역사회를 살린 비결”, http://makehope.org.; 정소양·임상연(2015), “해외의 지역기반 사회적 경제조직 운영 사례: 일본과 홍콩의 경험”, 국토, 409, 38-46.; 최중석 외(2023), “사회적경제학(Social Economics), 도서출판 좋은땅”. ↩︎




